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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싶은 이야기

방망이 깎던 꼬마

동네 형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버리고..

동네엔 나를 포함해 세 명의 꼬마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이리기웃 저리기웃 무언가 신선한 놀잇거리가 없는 찾으며 몰려 다니곤 했다.

 

각자의 작은 바지 주머니엔 늘 날이 두 개 달린,

당시 우리로선 만능도구였던 주머니칼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우린 그 칼로 대나무를 베어 활도 만들어 새를 잡겠노라고 숲을 누비고 다녔으며,

지금의 비비탄 총알과 비슷한 크기의 팽나무 열매를 총알로 썼던, 당시 우리들 용어로

"뺑총"을 만들어 쏘고 다녔으며, 곧잘 로봇 검도 만들어서 칼쌈도 하고 다녔으며, 

바람이 드센 겨울이면 가오리연을 만들어 날렸으며, 팽이도 만들어 돌리고 그랬다.

 

정말 우리에겐 그 주머니칼이 맥가이버의 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용한 도구였던 것이다.

 

여기서 사족을 달자면, 

나 어렸을 땐 맥가이버란 외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시기였다. 그리고 그 빨간 자루에 갖가지 칼과

드라이버, 가위까기 들어간 그 일명 맥가이버칼은 정말 갖고 싶었던 꿈의 칼이었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맥가이버가 종영을 하였을 때 우린 셋이서 그 잘 나가던 맥가이버가 끝난 건

맥가이버가 에이즈에 걸려서 죽어버린 바람에 끝났을 거란 사뭇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는 맥가이버가 매 회마다 다른 여자와 진한 키스를 즐겨했기? 때문이라고....

 

아무튼 맥가이버는 끝났고 더이상 빨간 자루의 맥가이버 칼은 보지 못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주머니엔 녹색 자루에 양쪽으로 벌어지는 주머니칼이 들어있었다.

 

어느 겨울이었다. 

국민학교(당시엔) 운동장 귀퉁이 씨름장에서 흙장난을 하며 시간을 떼우던 그 때..

난 하얀 빨대.. 스트로우.. 그것 하나를 어디서 주웠는지.. 

그리고 왜 그것을 정확히 반띵을 했어야 했는지..(그것도 가로로 말고 세로로...) 모르지만

난 빨대를 꼿꼿이 세운 채로(멍청하게) 왼손으로 칼을 잡고(난 왼손잡이..) 오른손으론 빨대를 받쳐잡았다.

그리고 그 빨대 끝을 왼손 칼로 눌렀다. 칼이 누르는 힘은 빨대를 정확히 반으로 가르기엔 무디었던지

반으로 쪼개는 대신 구부러졌고 칼날은 내 오른손 검지 둘째마디 위쪽을 살짜꿍 베어 내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피가 나왔고 살은 둥그렇게 베어진 채 덜렁 거렸다. 난 손을 부여잡았다. 울진 않았다. 인상만 썼다.

그 때도 느꼈지만 난 정말 미련했고 허무했다.

 

주머니칼에 손을 베는 일은 우리에겐 정말 흔하디 흔한 일이었고 그런 일 가지고 병원을.. 아니 보건소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게 집에 가서 빨간약(야까징끼.. 우린 그렇게 불렀다!!!!!)을 슥 바르고 후후 몇 번 불고 말 일이었다.

지금도 흉터는 덜렁거리던 살조각이 다시 붙어서 그 자리에 그대로 둥그렇게 남아있다. 

역시 야까징끼..

 

오늘 가게 청소를 하면서 깨진 유리를 나르다가 정말 실로 오랜 만에 오른손(이번에도!!) 바닥을 스윽~ 베었다.

목장갑 바닥이 스윽~ 잘려 나갔고 손바닥은 3센티 정도 스윽~ 베어 버렸다.

정말 오랜 만에 스윽~ 베이는 느낌을 맛(?)보았다.

 

베이는 건 순간이었고, 그 스산한 느낌은 오래갔다.

피가 불룩불룩 피어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지문 결이랑 똑같이 베어서 별로 티가 안난다.... ㅡㅡ;;;

그래서 일을 마치고 목욕탕 탕 속에 몸을 담그고 오른손은 위로 번쩍 들어 빼놓고 앉아있으면서 문득 

이 글을 쓰고 싶었고... 지금까지 써 내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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