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되돌아봄, 반추 해가 서쪽산을 넘어갈 무렵.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고 눈 앞에 아른거리는 갈꽃을 바라보고 풀 숲에서 들리는 온갖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마당 끝 의자에 한동안 앉아 있었다. 오가는 사람은 드물고 가끔 차만 몇 대 지나가는 한적한 섬마을 시골의 풍경이다. 문득 지나 온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 학창시절, 작년, 올해..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는지 혼자 떠올려보았다. 한살에서 대여섯살까지의 기억은 이러저러하며 컷다는 말만 들어서 없다고 봐도 무방하고 내 의지로 기억이 나는 건 예닐곱살 이후인거 같다. 그 때 이후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나는 어떤일을 저질렀고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건사고 속에서 어떤 감정이었는지 짤막짤막 떠올려 보았다. 내 스스로 뿌듯했던 시절도 있었던 반면.. 더보기 즐거운 편지 -황 동 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혼자 열병처럼 사랑하다 또 혼자 보내던 어린 날들이 많았다. 아팠지만 아름다운 나의 20대.. 이 .. 더보기 방망이 깎던 꼬마 동네 형들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버리고.. 동네엔 나를 포함해 세 명의 꼬마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이리기웃 저리기웃 무언가 신선한 놀잇거리가 없는 찾으며 몰려 다니곤 했다. 각자의 작은 바지 주머니엔 늘 날이 두 개 달린, 당시 우리로선 만능도구였던 주머니칼이 하나씩 들어 있었다. 우린 그 칼로 대나무를 베어 활도 만들어 새를 잡겠노라고 숲을 누비고 다녔으며, 지금의 비비탄 총알과 비슷한 크기의 팽나무 열매를 총알로 썼던, 당시 우리들 용어로 "뺑총"을 만들어 쏘고 다녔으며, 곧잘 로봇 검도 만들어서 칼쌈도 하고 다녔으며, 바람이 드센 겨울이면 가오리연을 만들어 날렸으며, 팽이도 만들어 돌리고 그랬다. 정말 우리에겐 그 주머니칼이 맥가이버의 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유용한 도구였던 것이다. 여기서 .. 더보기 Running Time 6:37 눈을 뜨면 똑같은 내 방 또 하루가 시작이 되고 숨을 쉴 뿐 별 의미도 없이 그렇게 지나가겠지 한 장 또 한 장 벽의 달력은 단 한번도 쉼없이 넘어가는데 초조해진 맘 한 구석에선 멀어져가는 꿈이 안녕을 말하네 난 천천히 혼자 메말라가는 느낌뿐이야 우- 언덕 너머 붉은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아이들은 바삐 집으로가 TV앞에 모이곤 했었지 매일 저녁 그 만화 안에선 언제나 정의가 이기는 세상과 죽지 않고 비굴하지 않은 나의 영웅이 하늘을 날았지 다시 돌아가고픈 내 기억 속의 완전한 세계여-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영웅을 맘에 갖고 있어 유치하다고 말하는 건 더 이상의 꿈이 없어졌기 때문이야 그의 말투를 따라하며 그의 행동을 흉내내보기도 해 그가 가진 생각들과 그의 뒷모습을 맘 속에 새겨두고서 .. 더보기 새(Birds) 새 -박 남 수- 1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부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2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3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 오픈 기념 시 한편 - 더보기 이전 1 다음